엉뚱한 과학, 그리고 버려진 것들에 대한 변명

Daejeon ArtiST Project : 원동민

 

글. 유원준 (매체미학)

 

   예술과 과학의 융합 시대이다. 모두들 저마다 기초 과학의 중요성, 그리고 이러한 기초 과학과 응용 과학/학문 심지어 예술과의 융합을 이야기한다. 융합이란 서로 다른 물질들이 녹아서 합쳐지는 현상을 일컫는다. 즉, 합쳐짐의 대상은 서로간의 다름을 전제한 상이한 것들이며, 이러한 합쳐짐에 의해 하나의 상태로 귀결된다. 그러나 반문해보자. 우리가 융합하고자 하는 대상들이 정말로 서로 다른 대상들인가? 그리고 서로의 거리를 그만큼 전제한 멀리 떨어져 있는 존재들인가? 원동민의 문제의식은 여기에서 시작한다. 과거 하나였던 혹은 이미 완전체로 존재했던 것들을 세분화시켜 발전시켜온 것인데, 다시금 이러한 분화를 융합하려는 시도가 부질없게 보이는 탓일지도 모른다. 물론, 현실에서의 이들은 이미 각자의 영역을 공고하게 구축하고 있는 매우 동떨어져 있는 분야이다. 각 분야별 세분화가 가능한 까닭은 결국, 서로의 차이에서 기인하며 이러한 차이로부터 각자의 정의가 생성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원동민은 이러한 융합으로의 시도이자 서로의 차이에 대한 접근으로서 과학자들과의 엉뚱한 인터뷰를 시도한다.

 

   인터뷰는 예술과 과학을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들로 진행되었다. 그리고 인터뷰를 통해 몇몇 키워드를 뽑아내었다. 키워드들은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그리고 매우 현실적인 것들이었는데, 작가는 이러한 키워드를 다시금 디지털 코드로 변환하고 또 다시 이 코드를 가상의 악기로 연주하는 일련의 과정을 진행하였다. 또한, 이와 동시에 실제로는 연주되지 않는 가짜 악기 구조물도 설치했다. 이러한 작품군은 우리에게 예술과 과학을 둘러싼 몇 가지 사실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우선, 작가의 문제의식처럼 예술과 과학은 서로 다른, 그리고 다르기에 융합해야 하는 대상체가 아님을 상기시킨다. 과학은 이성에, 예술은 감성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기존의 인식 구조는 이미 깨어진 지 오래이다. 과학 분야에서도 감성적 영역은 점점 더 인간을 둘러싼 자연 환경에 대한 과학적 접근의 주요한 요소가 되어가고 있으며, 이성적 분석력을 바탕으로 제작된 예술 작품들 또한 현대 예술에서 매우 영향력 있는 맥락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작품의 프로세스를 보자면 가상의 악기로 형성된 음은 의미로 엮이지 못하며, 설치된 작품들은 음을 발생시키지 못한다. 물론, 음을 형성시킨 이면에는 가상적 코드로 변환된 키워드가 존재하며, 설치물의 각 요소들은 그 자체로의 잠재적 음의 상태를 유추하게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이러한 조합은 서로의 상쇄 구조 속에서 우리의 융합적 시도의 빈틈, 그리고 그로부터 발생하는 잉여물들에 관한 사유를 생성시킨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특정한 완전체를 세분화하는 과정으로부터 우리는 현재의 융합을 이야기하지만, 결국 이보다 더 근본적으로 인식되어야 하는 문제는 분화할 수 없는 그리고 차이에 의해 정의되지 못하고 버려지는 것들이다.

 

   작가가 주목하는 작품의 주요한 요소들은 이전부터 버려진 것들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버려진 것들을 다시 예술 작품으로 만드는 공정과 과학과 예술을 융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이 일정 정도 이상의 공통점을 보이게 된다. 기능적 의미에서 벗어난 버려진 것들을 다시 소생시키는 예술적 활동은 과학적 이론들이 기술적으로 우리에게 의미화 될 때 의도를 벗어나 생성되는 잉여물들과 유사하다. 그리고 이러한 잉여물이 오히려 예술 영역에서는 새로운 상상력의 단초가 된다. 따라서 버려지는 것들에 대한 작가의 변명은 예술과 과학의 융합 지점에서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결국 그것들은 두 분야의 목적과 그 목적이 투영되는 우리의 엉뚱한 상상력의 분화 속에서 수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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